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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Y z Life/Life

[추석]과거로의 회귀



iPhone 3GS :: 김천 집에서 내려다본 김천




서울과 김천까지의 거리는 약 280여km , 마음의 거리는?
지리적으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오전 일찍 출발해 집에서 아침먹고 부모님과 얘기 잠깐 나누다
점심먹고 김천을 출발 하면 저녁은 지인들과 서울에서 보낼수 있을 정도의 거리.

더군다나 요즘은 KTX(대전까지 50분, 대전에서 김천까지 1시간이다...;)가 김천에 정차하는 시간대가 있어,
오전시간만 잘 맞추면 아침 일찍 김천에 당도 할수 있다. 거의300km로 달리는 속도 앞에 거리감은 가까워 졌지만,
사실 지하철 2시간과 KTX 2시간은 마음에서 오는 무게가 다르다. 

서울집에서 김천갈 마음을 먹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까지의 시간, 
 KTX는 영등포 역에서 정차 하지 않으니 서울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
요즘은 무조건 발권을 집에서 하니까 발권에 걸리는 시간을 빼더라도, 몇분 일찍 도착해 안전하게 승차 하려면 좀더
서둘러야 한다.  즉, 이리저리 열차에 오르기 까지의 시간을 합하면 1시간 남짓.

무궁화호 3시간 30분
새마을호 3시간
KTX 1시간 50분
의 시간은 나에겐 거의 4시간 이상 이동하는데 들여야 하는 물리적인 소요이다. 
(장시간 고속버스 여행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나는, 고향에 가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고속버스는 사양;;)

이런 시간을 들여 명절때면,
부모님을 찾아가고 고향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동양풍습을 멀리 하고라도,
혈연, 지연, 학연 관계를 중요시 하는 대한민국에서의 추석이란 의미가 깊다. 
더군다나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거주하는 우리네 지방민들은 더욱 더.

서울이 고향이고,
명절이라 함은 1년에 몇일 안되는 연휴인 사람들에겐 맛볼수 없는 여럿이 있으니.

우선 내가 살고 있는 김천은 좁디 좁은 소도시이다. 
5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도시 반열에 오늘수도 있는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겠지만,
지금은 2010년 시, 군통합해서 이제 고작 16만의 인구를 매년 유지하는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그런 작은 도시에서 초, 중, 고등학교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국내 수많은 대학으로 흩어져 우리네 기억 한켠에서 사라져 버린다. 
열열이 사모하던 연인들도 몇일 혹은 몇달을 안보면 마음에서 기억에서 멀어지는 법인데,
같이 학교를 다녔던 동기들은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을까?

고등학교 졸업한지 11년,
중학교 졸업한지 14년,
초등학교 졸업한지는 벌써 17년을 지나니 억지로 꺼내어 보지 않으면 머리속에 남는 친구들이 몇 안된다. 

명절은,
나의 뇌 한켠에 나도 모르게 기억 되어 있던 소중한 기억, 혹은 추억들을 꺼내 주는 시간이다. 

이번 추석을 예를 들자면,
어스름한 저녁 즈음 동구라는 고등학교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춘우라는 친구와 함께 
만나자 한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정해 놓지 않았지만, 식구들과 저녁을 먹으면 저녁 8시 ~ 9시즈음 될테니,
이렇게 느즈막 이라도 반갑다. 

동구와 춘우를 만나러 가던중, 같은 고등학교를 나와 같은 대학교를 간 패거리(?)를 만난다. 
성헌이, 경환이, 현철이, 동윤이(인촌, 닭,현철이 별명이 있었는데...,멀대 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들) 
나는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다 편입을 했기 때문에 
얼굴 못본지도 벌써 한참 오래, "반갑다." 선약이 있다 하니, 끝나고 꼭 전화 하라 한다. 

동구와 춘우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동구는 초등학교 선생님, 아니나 다를까 교원평가제 혹은 전교조 얘기를 나누다 
결론은 결혼이다. 결혼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흘러 11시,
둘은 먼저 집으로 가고,
나는 아까 만났던 패거리를 잠깐 만나러 자리를 옮긴다. 

만나러 가던중,
담배를 맛있게 음미하던 
성헌이와 동윤이를 만나고 그 옆에 경찰생활을 하고 있던 인성이를 만난다. 
인성이가 재화와 승호랑 있으니 있다가 연락 하란다. 
재화와 승호, 
그렇다. 고등학교 2학년대 그렇게 친하던 친구들....

조마루,
조마루는 서울에서 먼저 들었는데 김천에 있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김천감자탕"이런게 좋은데,
여튼, 그곳에 가니 위에 언급한 아이들 말고 이리저리 연락해서 모인 고등학교 친구들이 몇 된다.
그중에 가장 반가웠던 민형이,
민형이는 고3시절 나와 많은 꿈을 나누었던 친구,
옆에 여자가 없으면 외로워 하는 그 친구는 고등학교 다닐때도 몇명의 여자친구가 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물어 보니.

어느 건설회사에 취직해 아랫지방에서 고속도로 건설하는 곳에 근무 한단다. 
여자친구는 있냐 물으니,
"여자친구는 인천에 있어." 라고 답한다.

-여자친구는 인천에 있고,  여자친구는 인천에 있고,  여자친구는 인천에 있고, 여자친구는 인천에 있고, 

뭔가 딱 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자식 얼마 전에 바람피다 걸렸단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고 하더니, 어릴때부터 나의 기억에 남은 그놈은 지금도 그놈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경환(닭)이와 마지막 잔을 마주치고(사실 10여명의 동기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인문계열 아이들 인지
얼굴을 낯이 익으나 이름 혹은 별명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여간 불편 한것이 아니었다.)
인성이와 나는 재화와 승호(오서방)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마루를 나와 왼쪽으로 한참을 걸어 가니, 
부곡초등학교 뒷편 새파란 간판을 가진 호프집이 하나 있다. 
(그곳은 지난 구정때 동욱이와 경훈, 성춘, 진성을 만났던 곳. 동욱이는 비행이 많아 못내려 왔다 한다. 
경훈과 성춘은 부부, 만나기가 이젠 쉽지 않다. )

아래층에 있을줄 알았던 일행들은 2층에 자리 잡고 있었고,
고등학교 졸업후 제대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재화와 오래전 기차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일이 있는 승호,
그 옆자리엔 처음 만나는 재화와 승호의 초등학교 동창 한명,
그리고 재화의 아내가 있었다. 

"변함이 없다."

재화의 검은 피부와, 승호의 촐싹한 성격이 변함이 없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기 이전에, 오늘 겪었던 승호의 소개팅 얘기가 내가 옴으로 인해 다시금 화제가 된다.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며, 몇살 이냐고 물어 보고, 이내 대답을 하니 
난 개그를 모른단다. 

그렇다.
그 사진 속의 여자분은 사회에서 "예쁜 여자"라고 통하는 모습은 아니었음에,
승호가 불만이 가득하다. 

이내 화제는 학교 다닐때 얘기,
한명 한명 친했던 친구들의 이름이 오르 내리기 시작하고, 추억의 끝에서 우리는 술자리를 끝내게 된다. 




과거로의 회귀,

좁디 좁은 김천 이라는 공간에서 명절이 되면 다들 무리를 이루어 음식점이 모여 있는(부곡 맛고을 이라 부른다.)곳으로 
모여 든다. 갈 곳이 마땅치 않기에 한곳으로 모이게 되는데, 
그러면서 이 친구, 저 친구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길에서 마주치게 되고, 함께 술잔을 부딯히게 된다.

동창생들을 만나면 앞의로의 일, 미래 보다는 예전에 함께 겪었던 추억을 곱씹는 과정을 되풀이 한다. 
내년 구정때 다른 맴버의 동창을 만나면,
나는 지난 추석때 누구를 만났더라. 라고 얘기를 하고,
아...그 놈들은 고등학교때 나와 이런 생활을 했었지. 라고 다시 과거로 돌아 갈 것이다. 

추억 이면에 존재 하고 있는 
친구라는 아이들은 그렇게 과거 속에 항상 머물러 있다. 
명절이 되고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