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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Y z Life/Think

자장면과 탕수육은 나에게




자장면과 
탕수육

김천에 살았던 적, 
이라고 해봐야 불과 10여년 전 고등학교 때 까지의 때이다. 
그때의 자장면과 탕수육은 내 손으로 절대 먹을수 없는 아주 특별하고 귀하고 일기에 쓸 만큼의 
큰 이벤트성 음식 이었다. 

자장면을 혼자 중국집에 앉아 먹을 엄두는 내지도 못했고, 
친구들끼리 식당에서 자장면을 먹을 기회도 거의 없었다. (사실 김천이라는 곳은 홀에 앉아서 
자장면을 먹을수 있는 중식당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내가 다녔던 학교와는 많이 멀었다.)
주문에서 부터 계산, 계산이 완료되고 내 앞에 음식이 도착하는 과정은 내 손을 거칠수 없는
부모님의 소관이어서 나는 받아서 먹는 일만 할수 있었던 때의 자장면,

탕수육을 말할것 같으면, 
내가 살던 동네에는 작은 사이지의 컴팩트한 탕수육을 팔지 않았다. 
인심이 좋은건지 아니면 그때 물가가 싸서 그랬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아무튼 2만원 남짓한 요리 가격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난 양의 탕수육을 배달해 주기에,
혼자, 혹은 동생과 둘이 절대 시켜 먹을수 없는 엄청난 음식

자장면과 탕수육은 그랬다. 
자장면은 내가 시킬수 없었던 음식이고(사실 시켜 달래도 몸에 안좋다고 10번중 8번은 혼났다.)
탕수육은 우리 식구가 다 모이지 않으면 먹을수 없었던 음식이어서, 
몇번이나 먹었겠는가?

김천을 떠나 대학을 가면서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하숙을 하게 되면서 자장면과 탕수육은 나에게 있어 
흥미롭지 않은 음식으로 전락해 버리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어느때고 시켜 먹을수 있고, 심지어는 대도시(?)를 가니까 작은 접시의 탕수육도 팔더라. 
심심하면 시켜 먹게 되고, 늦은 저녁이면 찾아오는 탕수육 배달에 나도 한젓가락 하다 보니
편의점 컵라면 만큼이나 쉬운 음식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어느순간 혼자 중국집에 잘도 가더라.;;

허나 알고 보면,
나는 자장면 마니아다. 

입맛이 거의 애들 입맛을 가진 나이기도 하겠지만, 
자장면 이라는 음식이 중국집마다 맛이 다 다르다!! 라는것을 알면서도 모른척 했는지 
아무튼 그 사실을 알고난 순간 부터, 
자장면 맛의 미묘한 변화를 탐닉하기 시작한다.(좀 변태 같은가;;;ㅠㅠ)

이집 저집 자장면 맛을 기억하고, 다시 찾고, 혹은 버리고,
자장면이 가지는 흥미를 더 해주게 되었다고 할까?
내가 자장면 먹는 모습을 그냥 음식 먹는 모습으로만 생각 한다면, 아직 날 잘 모르는 나의 주변인 일것이다. 

탕수육도 자장면과 같다. 
튀김과 소스의 미묘한 차이, 튀김옷과 육질의 어울림이 가지는 씹힘은
집중하지 않으면 쉽게 간과하고 넘어갈 부분. 
눈꽃송이 처럼 하얗게 차려 입은 하나의 튀김이 투명하고 윤택한 소스를 머금은 자태란,
군침이 꿀꺽;

자장면과 탕수육 맛은 호불호가 갈리는 탓에 
어느 집이 맛있네, 어느집이 잘하네를 떠나서, 
한국식으로 잘 계량된 중국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내 삶의 또다른 행복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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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타래를 보고 내 친구 원규는 트윗에서

@zooyi 진짜니가 짜장면 매니아라면 공덕역 한겨례신문사 뒤에있는 신성각을 빼놓으면 안된다 내가 한때 짜장면투어를 통해 찾아낸 가장 완벽한 철학이 있는 식당이였음 !!

라고 맨션을^^
주변에 계시는 분들은 한번 들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