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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Y z Life/Life

주5일의 두번째 단상


Pantax K10D / smc 15-45DA / 영등포구 영등포동




위의 책상과 휴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그동안 7일 중에 2일을 쉬지 않고 어떻게 일했을까?

이렇게 빨래가 밀려 있고, 집안에는 먼지가 가득하고, 침대시트를 갈은지 1달이 다 되도록

가만히 둘수 밖에 없었던 생활은 무엇을 대변하는지,


아침에 눈을떠,

김천에서 올라온 카스테라와 차디찬 우유를 벌컥 들이 마시며,

관리실에 전화를 건다.


"201호 박주영입니다. 옥상에 빨래를 널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요?"

"2차엔 있는데 1차에는 모르겠네, 있나?"

"옥상에 올라갈순 있나 보네요?"

"왜, 오늘 집에 있어?"(생각 해보니 어느사이 두분의 경비아저씨들이 말을 놓으셨다.)

"네! 오늘 쉬는 날이라 빨래좀 하려구요."

"그럼, 내 옥상 열어 놓을께."

"고맙습니다."


의 전화통화를 끝내고

빵을 입에 그득 물고, 빨랫감을 분류한다.

속옷과 타올은 고온에,

침구류는 울세탁,

양말과 티셔츠들은 오투액션과 함께 향이 폴폴 나는 섬유유연제를 그득 넣고 빨래할 계획을 잡는다.


3개의 총 세탁 시간은 1시나 30분씩 3번이니 적게 잡아도 4시간 30분,

속옷과 타올은 건조까지 했으니 1시간 추가,


장장 5~6시간이 걸리는 빨래 전쟁이다.



그러기 전에 미리 주문해 조립해 놓은 커다란 작업용 책상을 닦고,

그 전에 있던 책상을 식탁겸 조리를 할수 있는 테이블로 쓸 작정으로 위치를 슬며시 옮기는데,

이런 이것이 또 일인지라, 바닥을 청소기로 돌리고 닦는데 시간이 슝슝 지나간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먼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침구류.


iPhone 3GS / 영등포구 영등포동


두개의 침대시트를 한번에 돌리면

생각보다 개운하게 빨리지 않는다. 고무 밴드 사이로 낀 먼지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뒤집어 침대에 씌우지 뭐...하면서(쏘~쿨이닷.)

빨래가 다 되는 동안 KBS스페셜 화장품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진실 편을 보면서 알면서도 속는 상술에

내가 창피해지고( 여성들은 얼마나 창피할까..),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한 사이

1차 빨래는 다 끝이 나고, 커다란 코스트코 쇼핑백에 빨래를 담아 가지고 옥상을 향하는데


집이 2층으로 이사온지 시간이 꽤나 지난 나머지,

아무 생각없이 8층까지 걸어 올라간다. 우리 건물에 승강기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전혀!! 옥상 문을

여는 순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4층에 오르니 살면서 잊고 지냈던 나의 접이식 자전거가 잿빛옷을 입은채 힘없이 늘어져 있고,

(내 생명을 불어 넣어 주리라....언제인지는 장담 못하고)

8층, 아니 정확하게 9층이지 옥상 문을 여니 생각보다 빨래를 널수 있는 공간이 여유롭고

바람도 살살 불어 햇볕이 비추어 주니 집안에 있는 모든 빨래를 모조리 빨고 싶은 마음이다.


빨래줄이 희한하게 걸려 있어,

어떻게 걸까 하다가 위의 사진처럼 후딱 걸어 놓고 가려던 찰나에 이제서야 우리 건물에 승강기가 있음을

인지하고, 8층에서 2층 내려오는 승강기 안에서 아무렇게나 집어 입은 티셔트와 반바지 야구모자를 쓴

나의 모습을 보고 평온함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돌아와서 빨래가 잘 돌아 가는지 확인하고,

소파에 축 쳐진 다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두고 시작만 했던 알랭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손에 잡고 책장을 넘겨 종이 냄새를 훅~ 들이키니,

이런 오감을 충족시키는 종이 냄새가...종이 냄새는 오래 묵혀야 제맛임을^^


철학적인 알랭드 보통의 책의 내용과는 달리,

Mac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 가사는 너무 말랑말랑하여 음악을 바꾸어 튼다.

(원래 가사에 집중하는 내가 아니었는데, 어느때 부터 가사를 듣게 된 나를 발견하고...사람은 변한다. 싶다.)


2번째 빨래가 끝이 나고,

다시 코스트코 장바구니에 빨래를 담고 옥상에 올라가니

이건뭐 빨래들이 바람때문에 힘들었나보다...구석으로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고생 꾀나 한 모습이다. 양쪽 어깨에 축축 걸쳐 놓고 수건을 널어 놓고 속옷은 그냥 가져 온다.

사진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빨래 집개가 없다;;;


내려와 속옷을 건조대에 널어 놓고,

언젠가 구해 놓은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을 틀어 놓고 밥준비를 하는데,

역시 홍상수 영화는 집에서 보면 대사가 오글거리고 민망할 정도로 솔직해서 영화에 집중하다,

밥준비를 하다. 결국 영화에 몰두하는데, 이거 이렇게 야했나? 기억을 되돌려 보는데,

모르겠다. 언제 봤었는지도. 허나 기억 나는건 김상경, 여기서도 나왔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자꾸 보다보면 이영화가 이 영화 같고,

이 사람이 여기 나왔던것 같고, 저기 나왔던것 같고, 왠지 내용이 이어질것만 같고,

그렇게 갸우뚱 거리며 있던중,


시원한 자몽주스도 한잔 할겸 만년필 카트리지도 살겸 타임스퀘어로 나서 볼까 계획을 잡고

제대로 밥준비를 하는데,

아차! 빨래....안돌렸;;;

결국 빨래를 돌리고, 밥을 차려 놓고 밥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네 인생에 대해 조금 생각에 잠기다.

한 대사에 집중한다. "인간답게 살기는 어렵겠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라고,

인간 답게 사는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괴물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니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자 다짐하며,


빨래를 보니 아직도 1시간 30분이 남았네...

그래도,

오늘은 계획했던 일들을 해 나가는 걸 보니,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충만 요즘인가 보다.